본문 바로가기

영화보는 하루

<로맨틱 홀리데이>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

왓챠 이미지 출처

영국 전원의 오두막집과 L.A 럭셔리 집을 서로 바꿔 산다?

영국에 사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인기 웨딩 칼럼을 연재하며 영국 전원의 예쁜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사랑하며 사귄 남자 친구가 있었으나 양다리였고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남자 친구는 다른 여자와 약혼을 발표한다. 한 편 L.A에서 사는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잘 나가는 영화 예고편 제작회사의 사장이다. 일밖에 모르는 그녀는 부와 명예와 외모 모든 걸 갖췄지만 남자 친구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어린 직원과 바람이 나며 끔찍한 크리스마스를 맞게 생겼다. 두 여자는 당장 자신이 사는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도망쳐 휴가가 길 원했고 마침 '홈 익스체인지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에서 서로의 사정이 맞아 2주간 크리스마스 휴가를 6천마일이나 떨어져있는 각자의 집에서 바꿔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사랑에 상처받은 두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극복하며 다시금 진정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 어쩌면 뻔할 것 같으나 크리스마스만 되면 다시 찾아보고 싶은 러브스토리이다.

 

사랑에 상처받을지라도

왜 항상 바람을 피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여자는 배신한 남자 친구들에게 상처받고 그 아픔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먼 여행을 택한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외롭고 슬픈 건 변하지 않는다. 지금껏 지내왔던 것과는 다른 환경에 잠깐 기분이 좋아지지만 결국 외면했던 문제가 다시 자신을 괴롭힌다. 피하기만 해서는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혼자 있으면 더욱 상처를 곱씹기만 한다. 두 사람은 결국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상처를 회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사랑에 다시 빠진다. 어떤 경우는 장애물이라 부를 만한 난관도 있고 어떤 경우는 바람나서 헤어진 주제에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전 애인이 있더라도 사랑은 그걸 뛰어넘는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항상 그런 뻔한 이야기가 공감이 가고 감동도 받는 것이다. 이제 다신 사랑 안 해 하다가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로 희망을 얻는다. 살다 보면 남들에게 어떤지 몰라도 나에게는 정말 나빴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 평생을 고통스러워한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인가. 상처 따위는 잊고 신경 쓰지도 않으며 행복하게 사는 게 자신에게 더 좋은 일이지 않을까? 아! 그리고 여기 영화에서 주드 로가 너무 잘생기게 나와서 나라도 사랑에 빠졌을 것 같다. 영국 발음을 쓰는 섹시한 꽃미남이라니. 어떤 사랑의 난관도 다 뛰어넘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

영화 중에서 상처받고 우는 아이리스에게 이웃사촌인 아서 애봇(엘리 웰라치)이 말해주는 장면이 있다. '아이리스, 영화엔 여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소. 당신은 여주인공이야. 그런데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 바람둥이 양다리 남친에게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아이리스에게 비련의 조연 역할이 아닌 주인공인 삶을 살라고 조언해주는 장면이다. 영화의 주인공이었다면 그런 남자 따위는 잊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지 않았을까?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멋진 역할이 아닐까? 가끔 다른 누군가는 모든 걸 가진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사는 것 같은데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들은 항상 멋진 일들을 겪고 손쉽게 난관을 헤쳐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실수투성이에 평범해서 하품이 나올 것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삶이라 할지라도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이 영화를 멋지게 만드는 것도 내 역할이고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사랑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오늘의 삶이 너무 평범하다면 오늘은 장르가 일상 힐링 물, 오늘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면 시련의 장면, 실수투성이의 날이라면 시트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주인공은 '나'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조금은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찌 되었든 내 삶과 자신을 사랑하자. 그것이 상처받고 아파하는 나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