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보는 하루

왓챠 드라마 추천 <시멘틱에러> 색다른 캠퍼스 청춘 로맨스

왓챠 홈페이지 출처

기계인간과 인싸의 만남

사람의 마음에 모양이 있다면 추상우의 마음은 아마 네모나고 장재영의 마음은 동그랗지 않을까? 뭐든 정해진 규칙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공대 수석 추상우는 과제에 참여 안 한 조원들의 이름을 전부 빼고 발표한다. 그 때문에 졸업을 앞둔 장재영은 졸업이 취소되어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뭐든 좋게 좋게 넘어가며 이리저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장재영에게 이 상황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졸업을 앞둔 선배에게 이토록 당돌한 후배라니. 좋게 넘어가 주길 바라며 연락을 하지만 모든 연락을 씹히자 이제 추상우를 찾아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제대로 대면한 추상우에게 미안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조금 골려줄 생각에 장재영은 추상우에게 싫어하는 것을 묻는다. 빨간색이라고 대답한 추상우 앞에 다음날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새빨간 인간 코카콜라 장재영이 나타나 순조롭던 일상을 부숴버린다. 그렇게 서로 엮인 둘은 절대 가까워질 것 같지 않았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게 된다.

 

섬세한 연출 따뜻한 색감

이 드라마는 선뜻 다가가기 힘든 BL드라마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며 섬세하고 탄탄한 연출로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아는 사람이 보아도 재밌는 드라마다. 원작은 저수리 작가가 쓴 소설로 웹툰으로도 나왔다. 하지만 소설도 보고 웹툰도 본 사람이라도 드라마는 다른 매력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감독의 코멘터리를 보았는데 신경 쓴 부분이 매우 많았으며 그중 가장 좋았던 연출은 의상실에서 추상우가 장재영이 다가왔을 때 놀라 밀치며 깊은 복도 끝에서부터 달려오는 장면이다 그 위는 수많은 에러가 떠있고 추상우는 달려오지만 그다지 가까워지지 않는다. 감독은 아무리 달려도 벗어나기 힘든 상우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했는데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겨우 달려가 화장실 문을 닫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려 하는 데 그 화장실 칸에는 고장이라고 쓰여있다. 고장 난 것 같은 상우의 마음이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이렇게 섬세하게 표현해준 연출들 덕분에 한 번 보고 나서 다시 보더라도 연출을 찾아내 보는 맛이 있다. 그리고 색감 또한 따뜻한 빛이 많다. 햇빛을 통해 빛을 넣어준 장면이 많은데 덕분에 볼 때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든다. 같이 몽글몽글한 기분이 드는 연출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캠퍼스 로맨스를 더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매력적인 배우들, 통통 튀는 캐릭터

이야기는 추상우와 장재영에게 집중되어 흘러가지만 주변 인물도 모두 매력적이다. 상우를 좋아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차지혜는 이런 드라마에서 라이벌로 나와 욕을 먹기 쉬우나 물러날 때는 깔끔하게 물러날 줄 알며 감정표현에 솔직해 귀엽고 멋진 캐릭터이다. 장재영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나오는 최유나 또한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장재영에게도 팩트를 서슴없이 날려댄다. 물론 욕도 서슴없이 날려댄다. 그러나 본인의 감정을 잘 모르는 두 사람에게 깨닫게끔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여자 친구를 너무 사랑하는 역할로 나온다. 같이 나오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낸 배우들 덕분에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특히나 추상우와 장재영을 연기한 박재찬 배우와 박서함 배우는 마치 소설 속에서 살아 나온 것 같이 두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어디서 감독님이 추상우와 장재영을 캐스팅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배우들로 시즌2를 만들지 않으면 국가적 손해란 생각이 든다. 박서함 배우가 군대에 가는 바람에 당장을 어렵겠지만 제대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고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어떻게 상대방에게 다가가는지. 어떻게 점점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지. 다른 부분이 결코 단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준다. 컴퓨터의 언어로 대화하는 추상우에게 자유로운 영혼인 장재영은 매번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입력하면 그대로 출력 값이 나오는 거짓 없는 추상우에게 매력을 느낀다. 앞에서는 축하한다 말하며 뒤에서는 욕하는 것이 평범한 인간관계 속에서 비록 딱딱하지만 정직한 추상우의 언어는 가끔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번역한다면 속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추상우를 점점 이해할수록 추상우의 번역에도 능통해지는 재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상우 또한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이 어떤 것인지, 사회적인 말은 어떤 것인지 점점 이해하기 시작하며 딱딱했던 말투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재영이가 자신을 얼마나 이해하려 하는지도 알게 된다. 두 사람이 결국 서로에게 빠진 것은 서로를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이해가 그 사람을 얼마나 다르게 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