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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하루

드라마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가 마법사라고?

29살이 되도록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아다치 키요시는 직장 동료에게 치이는 일상을 보내며 동정이라 놀림받는다. 직장동료가 30살이 될 때까지도 동정이면 마법사가 돼버린다는 말을 들으며 성희롱이라며 그냥 넘겼는데, 30살의 생일날부터 갑자기 접촉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려온다. 이거 진짜 마법사가 된 걸까? 혼란스러운 아다치는 출근길 마주친 사내에서 가장 잘생긴 동기 쿠로사와 유이치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데 바로 자신을 좋아한다는 마음이었다! 당황한 아다치는 이게 진짜일리 없다고 의심하지만 이내 이게 자신의 망상이 아닌 걸 알게 된다. 대체 왜 나를? 혼란스러운 아다치와 점점 다가오는 쿠로사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린다면

아다치 키요시는 문구회사 '토요카와'의 영업사무로서 외근하는 영업사원을 돕는 직장인이다. 30살까지 동정이 되어 '맞닿은 사람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마법'을 얻게 되고 그전까지 업무에서 두각을 크게 나타내지 못하지만 마법을 이용해 직장에서 점점 인정받게 된다. 평소 마음이 여리고 상냥해 거절을 못해 자주 불리한 일을 당하고 남의 일까지 종종 떠맡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자신이 없고 어려워했던 아다치는 속마음이 들리자 좀 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진심을 헤아려주기도 한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마법을 얻었다면 좀 더 사리사욕을 채우며 이 마법으로 아마 초고속 승진을 이루지 않았을까? 하지만 수수하고 상냥한 아다치는 자꾸 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다며 자제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니 잘생긴 쿠로사와가 빠진 것 아닐까 싶긴 한데 정말 소박한 주인공이다. 나였다면 과연 어떻게 마법을 사용했을까 상상해봤다. 음 그런데 내 직장에서도 그다지 쓸모는 없을 거 같긴 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실 날 싫어한다던지 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면 많이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빈말과 사회성 발언들을 하면서 사실 진심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심지어 반대로 내 속마음이 누군가에게 다 들린다고 생각하면 그것만큼 대참사가 없다. 속으로 욕도 많이 하는데 상대방이 다 듣는다니 절대 사회생활 못 한다. 심지어 온갖 상상은 다하는 데 그걸 누가 듣는다니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마법사는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재밌고 볼수록 마음이 따뜻했던 건 이런 대참사가 일어난 게 아니라 상냥하고 착한 아다치와 더불어 다정한 쿠로사와가 서로의 진심을 알게되는 장치로만 이 마법이 쓰였다는 것이다. 가끔 나오는 쿠로사와의 망상 또한 내 일이 아니다 보니 너무 재밌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앞두고 결혼까지 하는 망상을 해봤을 건데 쿠로사와가 종종 아주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온갖 망상을 하는 부분이 너무 웃기면서 공감된다. 그리고 진심으로 아다치를 좋아하면서 자신보다도 더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해주려는 게 아다치에게도 와닿으면서 전혀 의식하지 않던 쿠로사와를 좋아하게 된다. 내가 몰랐던 장점을 알아주고 내가 불편할까 봐 좋아하는 마음조차도 닿지 않도록 노력해주며 항상 날 생각해주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진심 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지 않기란 힘들지 않을까? 심지어 그 사람이 잘생긴 데다 다정하고 요리까지 잘하면 말이다. 여러모로 쿠로사와는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사람이긴 하다. 한결같이 아다치만 짝사랑해왔다는 점에서부터 말이다. 그리고 아다치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자만하거나 상대방을 쉽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쿠로사와가 상처받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용기 내어 더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들키고 싶지 않을 상대방의 마음을 읽었다는 것에 미안해한다. 늘 진지하게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해준다는 게 아다치의 상냥함이다. 나였다면 혼자 알았을 상대방의 마음을 그냥 모른 척했을 것 같은데 진지하게 고민해준다. 보다 보면 사라져 가는 인류애가 다시금 생겨나는 따뜻한 드라마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더 솔직하고 다정하게 대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해 준다. 겨울에 따뜻한 이불속에서 보기 좋은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