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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하루

드라마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 곱슬머리 대학생의 맞는 말 대잔치

왓챠 이미지 출처

카레를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

곱슬머리가 콤플렉스인 쿠노 토토노는 카레를 무척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다만 친구도 애인도 없는 게 특별하다면 특별하지만 그전까지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날 집에 형사가 찾아와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며 데려가는데 억울한 쿠노 토토노는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열심히 스스로를 변호하며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런데 평범한 줄 알았던 쿠노는 용의자로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논리 정연한 말들로 오히려 형사들을 납득시키는 면모를 보인다. 처음엔 무조건 범인 취급하던 형사들은 다른 시각에서 풀어내는 쿠노의 말을 듣고 점점 흔들리고 오히려 쿠노를 돕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쿠노는 과연 무죄가 될까?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쿠노의 맞는 말 대잔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다

쿠노는 언변이 정말 대단하다. 심지어 궤변이 아니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묘하게 다 맞는 말이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쿠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사물, 사건, 현상을 보는 것이다. 쿠노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는 것이 없다. 절대 고개를 그냥 끄덕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이건 이게 당연한 것 아니야?'라고 했을 때 쿠노는 '정말?' 되묻는다. 진짜 그런 것인지 따져보고 생각해본다. 그러다 보면 그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예로 들었을 때 취조 중 형사 이케모토 유토가 임신한 아내를 본인은 많이 도와준다며 '쓰레기는 본인이 버린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불평한다. 그때 쿠노가 물어본다. '쓰레기 버리기... 어디서부터요?' 이케모토는 어디서부터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쿠노는 쓰레기통이 몇 개 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이케모토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자 쿠노가 '집 안의 쓰레기를 모으는 것부터가 쓰레기 버리기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 쓰레기들을 분리하고 봉투를 교체하고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모으는 것들이 가장 수고로운 것이라 알려준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쿠노에게 반해버렸다. 진짜 이 녀석은 평범한 대학생이 아니구나! 이 수고로움을 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니... 근데 이 건 그냥 하나의 사례일 뿐 보면 말을 들을수록 점점 쿠노의 언변에 빠져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엔 위로까지 받는다. 여기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도 조금 과장하여 눈물을 줄줄 흘리긴 하지만 코 끝이 찡해지며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진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어쩌면 '그냥 그런 거지.'라고 받아들였던 부분들을 좀 더 치열하게 생각해야겠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누구나 아이 었던 적은 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은 아이와 부모의 관계이다. 쿠노 또한 가정학대를 당한 피해자이며 누구보다 아픈 아이의 심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눈치채 주고 알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어릴 적의 상처로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사람은 그 상처를 알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더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며 범죄를 예방하기도, 알아채기도 한다. 쿠노는 후자이다. 쿠노가 한 말 중에서 '제가 아이를 가져본 적은 없어도 아이였던 적은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 잊어버리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아이의 입장에서 말하는 겁니다.'라는 대사가 있다. 어른이 되면 사실 쉽게 잊는다. 내가 어릴 때 어떤 아픔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금 아이에게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쿠노는 아이의 시선으로, 상대방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상처가 있어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려고 한다는 부분이 정말 멋진 부분이다. 타인을 함부로 비난하지 않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고 그게 진짜 더 좋은 방향인지 아닌지 항상 고민한다. 쿠노 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면 매일 같이 카레를 먹으러 가고 싶다. 카레를 먹으면서 계속 말을 걸고 싶다. 다른 시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계속 들어보면 좋겠다. 여기에 나오는 형사님들도 나와 같은 심정인지 매번 사건이 터지면 쿠노에게 물어본다. 이 정도면 명예 형사 시켜줘야 한다. 아쉬운 점은 시즌1이라 궁금증을 유발하고 끝이 났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시즌2가 확정이라 앞으로 나오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다시 돌아온 쿠노의 맞는 말 대잔치를 얼른 들어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