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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는 하루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네이버 영화 포토 출처

모든 것의 이론

촉망받는 물리학도인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은 뛰어 난 천재성을 지닌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영국 명문대 케임브리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어느 날 신년파티에서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 마주치며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인문학도였던 제인과 물리학도인 스티븐은 종교관도 성격도 정반대였지만 둘은 금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던 두 사람 앞에 모든 것을 바꿀 사건이 일어난다. 스티븐이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것이다. 2년밖에 못 산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스티븐은 좌절하여 제인과 헤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제인은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둘은 결혼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스티븐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면서 쾌활함을 유지했던 제인도 점차 지쳐간다. 그때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던 조나단(찰리 콕스)이 여러모로 도와주며 생활은 나아지지만, 제인과 조나단은 점차 서로 끌린다. 그러다 스티븐이 쓰러져 기관지 절제술을 받으면서 목소리를 잃어버리자 제인도, 스티븐도 좌절한다. 하지만 제인은 스티븐의 곁을 굳건히 지키며 스티븐의 간병인 일레인(맥신 피크)을 고용하고, 스티븐은 능숙하게 자신과 의사소통을 하는 일레인에게 더 편안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븐과 제인은 서로를 이해하고 스티븐이 마침내 학계에서 인정하고 작위를 받는 자리에도 함께한다.(EBS 영화 줄거리 참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맞는데

그게 불륜까지 포함인지 몰랐다. 처음 포스터와 제목만 보고는 스티븐 호킹과 아내 제인 와일드의 아름답기만 한 사랑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정말 사랑에 대한 모든 것처럼 아름다운 시작과 아름답지 못한 과정과 안 좋은 끝까지 나오는 거였다니 뭔가 속인 사람은 없는데 속은 사람은 있는 기분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꽤 있는 것 보면 제목이 노린 건지 싶기도 하다. 원제는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tyting)'이라고 물리학에서 현존하는 물리학 법칙의 비밀을 모두 밝힐 수 있는 가상의 이론, 특히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간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이론을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나무 위키 참고) 스티븐이 계속해서 쫒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원제가 더 영화에 어울려서 제목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아무래도 제목 때문에 계속 스티븐과 제인의 관계성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처음에 그 밝고 당차던 제인이 점점 얼굴에 표정을 잃어가고 지친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실감 나게 그 입장에 몰입이 되었다. 아픈 환자를 육아까지 감당하면서 돌보고, 모든 걸 혼자 해내야 하는데 끝은 안 보이고 남편은 점점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심해지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기댈 수 있는 조나단이 나타났을 때 그에게 마음이 기울고 의지하게 된 것이 이해는 갔다. 물론 불륜은 안되지만 말이다. 결국 지친 제인과 스티븐이 갈라서게 될 때 과거를 되돌아가며 행복했던 시기를 돌아보는데 그때는 잠깐 이 제목이 공감이 갔다. 사랑했던 모든 순간들. 둘은 힘든 과정 속에서 서로 함께 했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각자의 길로 갈라져 가게 된다. 제인은 조나단에게, 스티븐은 간병인 일레인에게 말이다. 하지만 스티븐이 2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기적처럼 오래 살며 업적을 이루어 나갈 수 있었던 건 한결같이 옆을 지켜주었던 제인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강연에서 한 청중이 "신을 안 믿는다고 하셨는데 도움이 되는 삶의 철학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했던 말이 인상깊었다. "경계가 없다는 것. 그보다 특별한 건 없죠. 인간의 노력에는 어떤 한계도 없습니다. 우린 모두 다릅니다.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린 뭔가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의 삶을 나타낸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다. 다리에 힘을 잃고 휠체어를 타면서밖에 이동할 수 없을 때, 목소리를 잃고 눈동자의 움직임으로만 말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그럼에도 그는 살아있었고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며 결국 해냈다. 나도 장난처럼 하던 말이 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좋은 학벌도, 좋은 집안도, 좋은 직장도 없는 흙수저의 삶에서 크게 바라는 것도 없어지고 그냥 장난처럼 진담처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내뱉었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스티븐처럼 머리가 좋지 않아도 나는 살아있고 나름 건강하고 아직은 젊다. 노력은 한계가 없는 데 너무 일찍 포기해버린 건 아닐까. 내 스스로 너무 한계를 지어버린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스스로 만든 경계 안에서 투덜거리기만 한 것 아닌지 부끄럽다. 스티븐 호킹의 영화가 미화를 시킨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고 제인과 스티븐 둘의 이야기는 둘 만이 정확하게 알겠지만 스티븐이 보였던 삶에 대한 자세만큼은 그가 이룬 업적들로 실제 보여준 부분이기 때문에 더 와닿았다. 노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