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보는 하루

<전우치> 유쾌한 한국형 히어로물!

네이버 영화 포토 출처

왕조차 농락하는 망나니 도사

태초에 신선 '표운대덕'은 신비한 피리인 '만파식적'을 3000일 동안 불며 하늘 깊숙한 곳에 있는 감옥에 갇힌 요괴들의 마성을 잠재우고 있었다. 하지만 3000천 일의 마지막 날 열어야 할 감옥문을 그곳을 지키던 미관말직 3 신선이 실수로 하루 먼저 열어버리고 만다. 그 순간 요괴들의 마성이 깨어나 피리는 사악한 기운에 묻히고 요괴들은 피리를 빼앗아 달아난다. 피리를 빼앗긴 표운대덕은 마성에 젖어 기억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져 인간의 몸속에 스며든다.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지나 지상에는 천관 대사(백윤식)의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도술로 임금도 농락하며 망나니 짓을 일삼는다. 아직 부적이 없이는 도술을 쓸 수 없는 반쪽짜리 도사인 그는 최고의 도사가 되기 위해 왕의 청동거울을 훔치고 청동 검을 찾아다닌다. 크나큰 실수로 만파식적을 잃어버린 미관말직 3 신선은 도사 화담(김윤석)에게 요괴를 물리치고 피리를 되찾아 보관해달라 부탁하는데 청동검을 쫒던 전우치가 어쩌다 과부(임수정)를 구하면서 피리를 손에 넣자 둘은 부딪히게 된다. 화담은 전우치가 없는 사이 천관 대사를 죽이고 피리를 차지했으나 스승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전우치가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족자에 갇힐 때 화담의 허리에 있던 피리 반 쪽을 들고 들어가 갇히며 피리는 다시 500년 동안 잠들게 된다. 그로부터 500년 후 서울에 요괴가 다시 나타나고, 3 신선은 요괴를 잡기 위해 봉인했던 전우치를 풀어주며 요괴를 없애달라 부탁하며 전우치가 다시 서울에 나타난다. 만파식적을 온전히 완성시키기 위해 다시 화담이 나타나며 전우치와 격돌한다!

 

도사는 무엇이냐?

전우치를 안 본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본 영상이 있을 것이다. 궁중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다가 아주 경쾌하고 중독성 있는 음악을 연주하며 배우 강동원이 대사를 치는 장면 말이다. "도사는 무엇이냐? 도사는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고! 땅을 접어 달리며!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그 검을 꽃처럼 다룰 줄 알며 가련한 사람을 돕는 것이 도사 일이다!" 이 대사는 거의 외웠다. 중독성 있는 그 음악 때문에 가끔 다시 전우치가 보고 싶어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본 전우치는 다시 보아도 유쾌하고 재밌었다. 강동원 배우의 젊은 모습을 보는 것도 물론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에 들어오기 전인 과거 편이 더 재밌었다. 현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계속 반복되는 요괴 대 전우치의 구도에서 흥미로움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연기를 펼치는 강동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부분에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한국형 히어로물, 도사 물이라니! 이게 1편만으로 끝났다는 게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강동원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후속 편을 찍어주면 좋겠는데 말이다. CG는 2009년에 나온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보면 기준이 높지 않아서 그런가 그렇게 눈에 많이 거슬리지는 않는다. 다만 요괴의 울음소리가 너무 괴수의 울음소리라서 조금 아쉬웠다. 한국 요괴만의 다른 소리를 내었으면 어땠을까? 어쨌든 오랜만에 유쾌한 한국형 히어로물을 보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마블 같은 미국 히어로물을 보며 한국형 히어로물은 왜 마땅한 게 없을까 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우리에게도 도사가 있다!

 

아쉬운 부분은 여성에 대한 고민없는 시선

2009년에 나온 영화라는 부분을 감안했어도 가장 아까웠던 건 특별출현으로 나오는 유명한 배우 역할을 연기한 염정아 님이 너무나 맛깔스럽게 연기하셨지만 여성에 대한 답습적인 시선이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구도. 염정아 배우님의 역할은 서인경(임수정)을 끊임없이 견제하고 무시한다. 나이 많은 여자는 젊고 예쁜 여자를 싫어한다는 시선. 물론 작중에 매우의 자질이 보이면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 같아 그랬을 수도 있지만 굳이 넣어야 하는 것인가 싶다. 그리고 김윤석 배우님과 임수정 배우님의 키스신. 대체 왜 넣은 것인지 하나도 이해 안 가고 공감도 안 가고 불필요해 보이는 키스신이었다. 또 화담에게 홀려 흑화 한 서인경의 변신 장면은 짙은 화장과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감독을 유혹한다. 정말로 굳이 이런 장면들이 필요했을까? 지금 시대에 보면 공감가지 않는 부분들이다. 그러나 그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부분에서는(특히 강동원 배우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